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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하나 물어봄세. 자네 무언가 숨기는 일 있지 않나?”

트리니티는 거짓말을 잘 못한다. 정곡을 찔리면 항상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을 짓곤 말을 더듬으며 변명을 하지만 나는 한번에 그것이 거짓말임을 알 수 있었다.

 

“네.”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그녀가 분명히 말을 더듬으며 숨기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려고 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그런 나의 예상을 깨부수고 오히려 그 사실을 인정했다. 나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그녀에게 다시 되물었다.

 

“진짜인가?”

“언제까지 숨길 생각은 없었어요. 당신이 알아챘다면 그 때는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었어요.”

“무엇인지 물어봐도 될까?”

“우리들은 오로킨을 무너뜨릴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죠. 우리 텐노들이 아무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더라도 여전히 우리는 인간이에요. 끝이 안보일 정도로 많은 적들이 몰려온다면 우리도 지치기 마련이죠. 그래서 조심히 우리와 뜻을 함께하는 텐노들을 찾고 있어요. 그 텐노들 중 당신도 우리의 포섭 목표였어요.”

“흥미롭군. 뭐 명확한 계획이라도 있나?”

“안타깝지만 아직은 없어요. 같이 뜻을 하려는 텐노들도 많지 않아요.”

그녀와 나는 꽤나 오랫동안 반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반역을 꾀하고 있는 텐노들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으나, 나는 그들의 생각에 동의하지 못했다. 그런 속마음을 숨긴 채 트리니티에게 나도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트리니티는 기뻐하며 반겼다.

 

나를 배웅해주는 트리니티를 뒤로 하며 나는 내 숙소로 돌아갔다. 수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과연 오로킨을 멸하는 것이 인간의 안전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현 시점에서 오로킨이 멸망한다면 센티언츠를 막을 수단은 없지 않는가. 인류는 아직 그런 기술력이 없다. 더욱이 오로킨은 그들의 기술을 공개하지 않고, 인류에게 빌려주려 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텐노들의 사상과 인류의 안전을 모두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센티언츠를 몰아내고 오로킨을 멸하는 것. 나는 나만의 사상을 갖고 양쪽을 모두 지킬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러던 중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센티언츠의 기습으로 인간 거주지 한 곳이 습격을 당했다. 당시 그 주변에 있었던 나와 트리니티는 빠르게 동료들을 호출하였고 거주구 보안관들이 사람들을 대피, 구조하는 동안 우리는 센티언츠들이 그들을 추격하지 못하게 최대한 막고 있었다. 나는 그 때 보고 말았다. 센티언츠들과 우리 사이에 있었던 통로에서 나를 버리고 갔었던 아내와 아이들이 나온 것을 말이다. 트리니티는 도망치라고 외쳤지만 너무 늦었다. 센티언츠들은 아내와 아이들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죽였다. 아무리 그들이 나를 버리고 갔다고 하지만 여전히 내 가족이었고 내 피가 섞인 아이들이었다. 그 이후의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트리니티의 말로는 나는 분노하여 센티언츠에게 뛰어들려고 했었지만 그녀가 끌고 도망쳤다고 한다. 그 이후 바로 동료들이 도착해 센티언츠를 몰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동료들이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왜 조금 더 빨리 도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이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내게 힘이 있었다면 내 가족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수 십 년이 지나고 마침내 찾아낸 가족이 단 한 순간에, 말 한마디도 해보지 못하고 차가운 시체가 되어버렸다. 동료들은 낙담하고 있던 나를 이끌고 병영으로 돌아갔다. 그 후 나는 내 눈 앞에서 죽은 아내와 아이들이 내 주변을 맴돌며 나를 원망하는 환청과 환각에 시달렸다. 나는 그대로 정신병동에 들어가게 되고, 나는 두 번 다시 총을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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