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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단순히 환자로 이 곳에 온 것이 아니에요. 당신은 더 중요한 목적을 위해 모셔온 겁니다. 일단 오늘은 푹 쉬시고 내일 다시 이야기하죠. 탈출하려는 생각일랑 하지 마세요. 문 앞에 제 동료가 있으니 허튼 짓 하시다가 뼈 하나 부러질 수 있어요.”

그녀가 나가면서 우람한 체격의 남성과 대화하는 것을 보고 허세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일단은 푹 쉬고 내일 내가 옮겨진 이유를, 내 머릿 속에 맴돌고 있는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을 들어야만 한다.

 

다음 날, 그녀는 다른 여성과 함께 병실로 들어섰다. 또 다른 여성은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편히 쉬셨는지요. 이야기 하기에 앞서 통성명을 해야겠지요. 일단 여기서는 저를 트리니티, 제 옆에 있는 친구는 닉스라고 불러주면 되요.”

“본명이 아닌가보군요. 그럼 저는... 림보라고 부르면 되겠습니다.”

“림보... 특이한 이름이네요.”

닉스가 헛기침을 한번 하자 트리니티는 바로 가방에서 어떤 종이를 꺼내 내게 건네주었다. 종이의 내용은 대강 자신의 목숨을 바치느니 어쩌니 별 쓸데 없는 말만 잔뜩 적혀있었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내용은 ‘텐노가 될 각오가 되어 있는가?’였다.

 

“텐노가 될 각오라니, 도통 이야기를 못 따라가겠습니다만?”

“저희 텐노들은 테크노사이트 바이러스 보균자입니다. 대부분의 보균자들은 극심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사망, 인페스티드로 변하게 됩니다. 하지만 보균자 중 극히 일부는 고통을 견디고 살아남아 인간을 뛰어넘는 신체능력과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됬습니다. 박사님도 저희와 같은 살아남은 보균자입니다.”

닉스가 나서서 설명했다.

 

“제가 아무리 보균자라고 하더라도 당신들과 함께할 이유가 있습니까? 오로킨은 인류를 침공하고 식민지화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을 위해 싸워야할 이유가 있냐는 말입니다.”

“예. 림보, 당신이 정리해둔 책을 자세히 읽어보진 않았지만 당신이 증명하고 싶었던 것은 보이드 안의 어떤 초월적인 존재라는 것은 알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는 보이드 안으로 들어갈 능력이 있습니다. 저희와 함께하면 당신의 연구도 끝맺음을 할 수 있어요.”

나는 트리니티의 제안에 혹했다. 그도 그럴것이 오랜 시간 결론이 나지 않는 연구에 지칠대로 지친 나는 포기할까라는 생각도 여러번 했었다. 그런데 그녀가 와서 내 연구의 결과를 볼 수 있게 해준다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그렇게 텐노가 되기로 결정했다.

 

오랜 시간 완벽한 전쟁기계가 되기 위해 훈련을 받았다. 실전에 나가기에 충분한 실력이 갖추어진 나는 트리니티, 밴쉬, 라이노와 함께 실전에 투입됬다. 얼마 전까지 한낱 연구원에 불과했던 나는 막상 진짜 전쟁을 눈 앞에 두고 있자니 두렵기만 했다. 다른 텐노들처럼 내게는 특별한 능력이 없었다. 나는 그저 눈 앞의 시체를 바라보며 토하고 침을 삼키기를 반복하기만 했다. 텐노들은 마치 날아다니는 벌과 같이 총알이 빗발치는 한 가운데에서 망설임 없이 적을 죽이기만을 반복했다. 나는 무력감을 느끼며 살아남은 아군 병사를 끌고 의무병에게 데려가는 것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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