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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내 머릿 속을 헤집어 놓던 생각 하나만을 증명하기 위해 수 십 년에 걸쳐 연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정신병자의 헛소리라면서 많은 동료들이 나를 떠났다. 그래도 남아 함께 연구하던 동료가 있었기에 나는 힘을 낼 수 있었다. 몇 년이 지나자 눈에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답을 찾기 위해 연구하던 나와 동료들은 지치기 시작했고 남아있던 동료들마저 불가능을 쫓고 있다며 내게 그만두라고 말하며 떠났다. 그래도 내게는 나를 응원해주는 아내와 아이가 있었기에 나는 아직 힘을 낼 수 있었다.

사고가 터졌다. 분명 연구 과정에는 실수가 없었을 것이다. 오염 소독 처리 과정도 완벽하게 끝냈을 터인데 테크노사이트 바이러스에 감염되버리고 말았다. 다행히 감염된 부위는 눈에 크게 띄는 곳이 아니라 옷으로 감출 수 있었다. 나는 한동안 아내와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숨겼다. 하지만 영원한 비밀이란 없는 법, 이윽고 아내는 나의 감염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해 나와 아내의 사이는 서먹해졌고 별거를 시작했다. 나는 남아있던 옷을 챙기러 집을 갔다. 그러나 집은 이미 비워진지 오래였다. 아내와는 연락이 되지 않고 나는 사랑하던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눈 앞이 깜깜해졌다. 그래도 나는 연구를 계속했다. 이 연구만이 내 삶의 유일한 희망이었기에.

 

꽤 오랜 시간이 지나 그 어떤 성과도 내놓지 못한 나는 가장 불명예스러운 이유로 연구소에서 쫓겨났다. 주변 동료들은 나를 정신병자라고 몰아세우며 정신병원에 가두어버린 것이다. 나는 어렴풋이 내 정신이 점점 피폐해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연구를 계속 해야만 했다. 그것이 내게 남겨진 유일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옮기겠... 안정... ...”

내 귀가 멀어가고 있는 것인지, 소리가 문에 막혀 안들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의 연구에는 영원을 바쳐도 결말에 다다르지 못할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던 참에 의사와 간호사가 들어와 내게 주사를 놓았다. 몸은 움직일 수 없었지만 ‘텐노’라는 단어를 들을 수 있었다. 나를 대체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눈을 뜨자 내 곁을 지키던 어느 여성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모습은 고결하다 못해 성녀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우아했다. 그런 아름다운 미모의 여성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신체의 일부가 흉측하게 변해있었다. 매우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었다.

 

“일어나셨군요. 꽤 오래 일어나지 않으셔서 걱정했어요.”

내 귀가 먼 것은 아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나는 가장 먼저 나의 연구를 정리한 책을 찾았다. 다행히도 그녀의 동료들이 나의 물건을 모두 정리해 가져왔다는 모양이다.

 

“다행이군요. 연구를 정리한 책이 사라졌다면 저는 제 목숨을 끊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며 중요한 말을 하려는 표정을 지었다.

 

“죄송하지만 이 곳에 온 이상 몸과 정신의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는 연구를 그만하셔야합니다.”

“뭐라구요? 내 일생을 바쳐온 연구를 이제 와서 그만두라니 말도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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