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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거리는 아날로그 시계소리만이 나와 함께 있어준다. 규칙적으로 시간을 알리는 시계소리가 귓전을 파고든다. 방바닥에 떨어진 수면제를 집어 다시 한 숨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잠이오냐? 아니, 시끄러, 들어가. 말 하지 마. 네놈 때문에 편히 죽지도 못하고 그림자가 되어 눈도 제대로 못 감았는데, 너는 자려고? 닥쳐, 시끄럽다고. 네놈덕에 그림자에 씌여서 내 손으로 가장 신뢰하는 부하들과 동료들을 터뜨려 죽였어. 나오지 마. 내가 알 바 아냐. 제발 들어가. 내 딸내미 생일날 내 죽음 소식을 전하게 됬어. 네놈 때문에. 네놈이 조각낸 내 몸뚱일 모두 모아서 다시 찾아가주마. 내 시체는 너희들의 무기를 만드는데 쓰이는 재료로 전락했다고. 전부 꺼져. 귀에다 대고 속삭이지 말라고. 너희들은 환청이야. 내 죄책감이 만들어낸 환청이라고. 그러니...전부...꺼져버려. 두번 다신 나오지 마....수면제 먹고 한숨 자면...안들리겠지....그렇게 생각하며 난 수면제를 한 움쿰 집어 삼켰다. 침대가 내 뒷통수와 등을 덮쳤다.

 

"오늘도 PTSD증세가 있었나요? 눈 밑을 보니 또 수면장애를 겪은 것 같은데."

 

"...아, 아니야...수면제 먹고...바로 잤어...."

 

트리니티. 함선 내 텐노들의 치료와 건강을 책임지는 전담의사 포지션의 여성. 내 정신병 역시 이 유능한 누나에게 맡기고 있다. 한번 방문할때마다 감사하고 죄송스런 감정이 교차한다. 트리니티 누나는 의학을 전문적으로 다루고는 있지만, 날 관리할때는 옆에 닉스누님이 동반이 될 때가 대부분이다. 뭐, 외과에서 정신병 봐 달라고 하는것도 이상하긴 하지. 그런데 닉스누님이 바쁘시거나 하면, 트리니티 누나는 대충 때려맞히려고 하기 때문에, 닉스누님이 계실때와 안계실때는 진료수준이 차이가 심하다. 아무튼 오늘은 다행이 누님이 한가하시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정신상담이 가능해 보였다.

 

"그럼, 오늘 겪은건 잊어버리고, 뭔가 치료 받으면서 생긴 변화 같은건 있는 것 같나요?"

 

나는 잠시 침묵한 뒤 말했다.

 

"......솔직히, 마, 말하면......어...어어, 없어....미안해...."

 

트리니티 누나도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뭐, 수면제도 점점 잘 듣고 있으니 잠도 못 자고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던 거에 비하면 그 정도도 발전이라면 발전이죠. 좀 있다 검사 또 할테니 잠시 앉아있도록 하세요."

 

안그래도 유능해 보이는 트리니티 누나가 손가락으로 안경을 치켜 올리며 더욱 유능해 보이는 모습으로 말했다. 분위기 만으로도 뭔가 엘리트 스러움이 흘러 넘쳐 압도될 뻔 한것 같다.

 

"네쿠, 불편한 건 없니? 누나가 차라도 타 줄까?"

 

닉스누님의 차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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