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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굉음과 함께 병동이 흔들리면서 불은 껌뻑이기 시작했다. 아마 텐노들이 반역의 봉기를 들은 것이리라. 나는 침대 위에서 몸을 뒤척이며 편한 자세를 찾으려고 했으나 진동이 점점 강해져 병동까지 무너뜨릴 기세였다. 트리니티가 내게 주었던 열쇠를 바라보며 나는 다시 일어서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간호사 하나가 무너진 천장에 깔려 그대로 죽어있었다.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PDA을 뺏어들고 그대로 바깥으로 달려 나갔다. 바깥은 혼란의 도가니였다. 단순히 대연회장에서만 살육이 벌어졌던 것은 아니었다. 텐노들은 터미너스에 거주하고 있던 군대가 대응하지 못하도록 주요 기능들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그 영향으로 터미너스는 붕괴하고 있었다. 저 멀리서 텐노 여럿이 제대로 정비도 하지 못하고 전투 중인 오로킨 병사들을 무참히 죽이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런 살육의 현장을 목격하면서도 머릿 속에서는 단 한가지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연구의 끝맺음. 아내와 아이들을 떠나보내면서까지 해오던 연구를 계속 해야만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나는 몸이 이끄는 대로 달려갔다. 달리고 달려서 도착한 곳은 부두였다. 대부분의 함선은 파괴되어 있었고, 그나마 남아있던 리셋의 상태도 온전치 못했다. 나는 부두에 있는 리셋 중 하나를 타 그대로 터미너스에서 빠져나왔다. 붕괴해가는 터미너스를 바라보며 부디 텐노들이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도록 기도했다. 다시 앞을 바라보며 리셋의 항로를 보이드로 설정했다. 나는 부디 그 곳에 내가 평생을 바쳐가며 찾는 것이 있길 기도하며 출발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은 처음보는군.”

안개마냥 퍼져있는 보이드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감탄했다. 간호사로부터 가져온 PDA에 내가 발견한 모든 것을 정리했다. 보이드는 어떤 구조인가,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는 것인가 등 나의 모든 지식을 PDA에 적어넣었다. 나처럼 이 보이드를 찾아올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PDA를 정리하면서 리셋은 계속하여 보이드의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마치 끝이 없는 미로 마냥 리셋은 연료가 다 될 때까지 계속하여 날아갔다.

결국에는 리셋의 연료는 바닥이 나버렸고 나는 그저 리셋이 내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날아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오랜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지만 시간 감각이 무뎌질 때 즈음 나는 보았다. 내가 평생을 바쳐가며 찾아오던 그것이. 리셋은 마침내 보이드의 최심부에 도달했다.

 

리셋은 점점 흔들리더니 무언가에 의해 점점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나는 최심부에 있는 것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이것이 나의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맨 몸으로라도 리셋에서 나가 직접 최심부로 들어가려 했다. 워프레임을 입고 리셋에서 빠져나와 최심부로 직접 날아갔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그 무엇보다 밝고, 그 무엇보다 거대한 것. 신과 같은 위엄과 그 어떤 여인보다 아름다운 자태를 가지고 있었다. 저것은 전 우주의 지식을 통 틀어서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을 뛰어넘었다. 나는 PDA에 내가 보는 모든 것을 적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 어떤 과학자들도 이런 것을 발견할 수는 없을 것이다. PDA를 보이드 바깥으로 던진 뒤 나는 최심부로 날아갔다.

나는 기뻐하며 최심부에 도착했다. 최심부에 도착함과 동시에 그 안에 있던 것이 나의 몸을 찢어버렸다. 그대로 나의 몸은 분해되며 보이드 바깥으로 날아가는 듯 하더니 다시 최심부의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몸이 찢어졌어도 의식은 여전히 존재했었고, 고통도 느낄 수 없었다.

 

‘아 이것이 우주의 모든 것인가.’

실없는 생각을 하며 눈을 감은 채 보이드 속으로 사라졌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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