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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하다. 노바는 로터스가 잔소리꾼이라고 투덜대면서도 즐거운 분위기를 풍긴다. 이런 천진난만해 보이는 어린 애가(그래봤자 나보다 2살 어릴 뿐이지만) 아무런 죄책감이나 트라우마도 없이 전장을 누비며 반물질로 학살하듯 적들에게 죽음을 선사한다는 건 처음 듣는 이라면 아마 크게 놀라겠지. 솔직히 이 함선에선 나만 언제나 죄책감에 시달려 환각을 보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오직 나만이 이례적으로 누군갈 죽이는걸 꺼려하니까. 그렇다고 내 손이 남들보다 덜 더럽다는 말은 아니다. 나 역시 텐노다. 누군가들에겐 영웅이고, 누군가들에겐 잔인한 약탈자 내지는 강도다.
...그런데 노바 너도 날 그 부끄러운 별명으로 부르는 거니...
"그런데 네쿠오빠는 항상 방에서 뭐하는 거에요? 자주 안보이는데."
내 사생활에 관심이 있는건가. 알아도 별로 재밌는건 없을텐데. 진짜로.
"뭐.... 그, 그냥...할 일 없음, 게, 게임 하고.... 자고....로, 로터...스가 부르면....나가는 정도....헤헤......."
굳이 정신병에 시달린다는 말은 안한다. 말해봤자 얻을것도 없고, 난 누구한테 걱정끼칠 자격도 없으니까.
이런 실없는 대화를 할 때가 즐겁다. 내가 짊어진 무언가에서 해방 된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는 또 전장으로 뛰어들어 '적'이라고 분류된 누군가들을 쏘고, 베고, 죽여야한다. 그럴수록 내 트라우마는 더욱 깊어지고 심해지겠지만, 할 수 없다. 우린 텐노고, 원래가 그런 존재들이며,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겠지. 그런 의무감에 사로잡혀 난 오늘도 내일도 하루하루를 환각에 시달리면서도 견딘다. 이미 더러워진 손, 어쩔 수 있겠냐고.
내 더듬거리는 말투도 즐겁게 들어주는 노바와 잡담을 떨며 애쉬형의 밥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