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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하다.

이틀 전부터 실험때문에 밤을 샜다. 피곤해진 몸은 더이상 커피를 억지로 목에 쏟아 붓는것만으론 점점 감겨오는 무거운 눈꺼풀을 막을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제 실험은 끝이다.

완성된 작품을 바라보자 흐뭇한 미소가 새어나오며 그동안 쌓인 모든 피로가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린것 같았다.

물론 기분 탓이다.

"피곤하구만..."

나는 뒤집어 쓴 용접모를 벗어 바닥 한쪽에 내려놓고는 오른쪽 무릎을 짚고 일어나 크게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는 커피를 타기위해 커피가 있는 리셋 창고를 향했다.

 

커피가루를 컵에 잔뜩 붓고, 물을 붓는다. 그리고 티스푼으로 휘젓는다.

뜨거운 물이 커피가루를 전부 녹일때쯤, 티스푼을 휘젓는 손을 멈추고 티스푼을 들어 컵에서 꺼내어 입에 문다. 그리고는 미리 준비해둔 밥숟가락을 들어 미리 뚜껑을 열어둔 설탕 통의 입구로 가져간다.

"림보는 커피에 설탕을 넣을때마다 나한테 '커피는 쓴 맛'이라던가 '단 커피는 커피가 아니다.'라고 잔소리했었지."

림보가 하도 여러번 말하는 바람에 머릿속에 각인되다시피 한 두마디가 조건반사적으로 피곤한 머릿속에 떠올라 중얼거렸다.

림보는 커피를 정말로 좋아한다. 하지만 '커피는 쓴맛에 먹는다'는 것에 집착한다. 그만큼 커피를 좋아하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로썬 어찌되도 상관 없는 일이다.

림보는 내가 커피에 설탕을 넣을때마다 시끄럽게 굴긴 하지만, 다행히도 여기는 리셋. 나만의 공간.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는 공간.

이곳에 있지도 않은 림보를 신경쓸 필요는 없다. 아니, 애초에 커피를 쓰게 마시든 달게 마시든 나로썬 아무런 관심도 뭣도 없다. 맛이란 단지 혀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화학반응. 그것을 '감각'으로써 느낄 뿐.

그저...

"이 천재님은 두뇌에 당분이 필요하시다!"

숟가락을 통에 집어넣어 설탕을 숟가락 한가득 퍼낸다. 그대로 컵에 직행하여 설탕을 쏟아 붓는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두번, 세번, 네번. 밥숟가락으로 총 네스푼의 설탕을 쏟아부운 후에야 나는 만족하고 설탕이 담긴 통의 입구를 뚜껑으로 틀어막았다.

"...림보가 여기 있었으면 거품물고 쓰러졌겠군."

실제로 예전에, -커피에 설탕을 잔뜩 넣은것 때문은 아니었지만- 림보는 내가 실수로 그의 말끔한 슈트에 커피를 쏟는 바람에 충격을 받고 쓰러진적이 있었다.

내가 곧바로 테슬라로 전기 충격을 가해 금방 제정신을 찾긴 했지만... 슈트에 커피를 쏟는 정도로 기절하다니, 중증의 결벽증이 의심된다. '커피는 쓴 맛'에 집착하는것도 그것의 영향일까나.

아무튼 난 밥숟가락을 던져 식기를 담아두는 통에 골인시키고는, 설탕을 듬뿍 넣은 커피를 입에 물었던 티스푼으로 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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