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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 쿠브로가 깰세라 조심조심 리셋 한 구석자리에 낙엽뭉치들을 쌓아둔다. 양이그리 많지는 않아 뭉치라고 하기에도 부족했지만, 어쨌든 아이는 그리 했다. 잠시 눈을 감았다 뜬 새에 어느새 워프레임이 제 앞에 서서 저를 마주본다. 아이는 그저 픽 웃으며 등을 나른히 기대었다. 별다르게 움직인 것도 없것만 워프레임 스스로가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 숙여 그림자에 몸을 수그리었다. 소매틱 링크 뒤에서 뻗어온 별빛들이 옆에서 빠끔히 고개를 들이밀고, 둔덕을 넘어 워프레임에 닿았다. 그 모습이 마치 누군가에게 기도를 올리는 것처럼 보이기라도 해, 아이는 조용히 눈만 뜨고 감길 반복했다. 지구시간으로 어느새 25일이 다되어가는 시각. 뛰어다닌 임무들로, 고되었던 정신이 꾸벅꾸벅 수마에 흔들렸다.

 

  ‘메리 크리스마스, -.’

 

  상냥한, 따스히 불러주는 누군가의 다정한 목소리. 아이는 제 이름이 불리어 뒤를 돌아보았다. 여실히 거대 트리의 반짝이 조명들이 빛을 내었고, 그 빛을 잘 보라는 양 주위는 어둑했다. 불이 켜져 있었음에도 말이다. 돌아본 뒤쪽도 여전히 어둑하긴 마찬가지로, 깜박이는 어린 눈에 선명히 보이지 않았다. 단지 제 뒤에 어른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있었음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얼굴 앞에 제 얼굴을 가릴 정도로 큰 박스가 내밀어졌다. 이것이 무엇인가 하고 생각하여 덥석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고, 아이는 기억했다. 머뭇거리는 아이를 묵묵히 지켜보던 어른이 나무라는 말 하나 없었다는 것도. 머뭇거림의 끝에서 아이는 박스를 받았다. 매끈한 포장지의 표면이 작은 빛에도 반짝이고, 새겨진 무늬들은 둔하게 비쳐져 하트며 별모양을 나타내었다. 서툴게 묶인 리본은 박스 위에 앙증맞게 자리잡았고 말이다. 어른을 올려다본다. 이게 무언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어른이 웃는 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고 아이는 생각했다. 제 시선의 눈높이를 맞추고, 볼을 어루만지던, 여름의 열기를 담은 손. 그리워라. 미우면서도 그리워라. 바라보는 눈빛이 굽실거리는 흰 거품의 파도와도 같이 시원하고, 입가에 떠오른 미소는 여름날에 상큼하게 핀 푸르름과 같아라. 겨울 눈밭에 굴려 염색한 듯 새하얀 복장이 고왔더라, 라고, 아이는 입을 오물거렸다. 고맙습니다. 짧은 감사인사. 그 인사에 가을의 저물어가는 노을같이 시야가 빛바래져갔다.

 

  펑, 하고 플래쉬를 터트리는 소리와 함께, 리셋 안에 하얀 솜뭉치 같은 것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소리에 놀라 퍼뜩 든 눈에 시야가 어지러이 흔들렸다. 멍한 눈과 귀를 위해 깨었어도 가만히 있으니, 분주한 기계장치들의 소란스러움이 들리었다. 천장에선 솜뭉치라 하기엔 크기도 매우 작은 것들이 포실포실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앙증맞았다. 소복히 쌓여가는 것을 보다, 오디스가 호들갑을 떨며 리셋 내의 기계장치들을 움직여 장식하기 시작하는 걸 바라본다. 크리스마스라나 무어라나. 어디서 저런 정보를 알아온 것인지 아이는 알 수가 없었다. 아이는 기억을 되짚어 보며 여기저기 장식되는 리셋 안을 구경했다. 구석에 소복이 쌓여가는 눈덩이들이나, 알록달록한 포장지와 리본으로 꾸며진 작은 꾸러미들, 작은 장식 트리라던가 벽이나 천장에 달린 오색빛깔로 번쩍이는 조명 장식들. 오, 아이는 기억해 내었다. 이것은, 제 꿈에서 봤던 장면과 비슷하다고. 비록 그 크기라던가, 기억 속의 풍경들과는 매우 다른 것들이었지만 말이다. 무언가 틱, 눌리는 소리가 들리었다. 그러자 흔들리는 종소리며, 경쾌히 울리는 실로폰 소리 같은 것들이 들리기 시작하였다.

 

  [오퍼레이터, 이것이 머-언 지직- 과거의 지구 기녀엄일, 크리스마-스에 있었던 피의 노- 지직 즐거운 노래라고 하던데요! 즐거우신가요? 오, 잠시만요, 오퍼레이터, 누군가 제 노- 오래를 방해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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