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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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스의 목소리가 총총히 사라졌다. 워프레임과 아이의 시선이 문 너머를 향하였다. 워프레임이 문가로 걸어갔다. 여전한 기계음과 함께 문이 열리고 그와 동시에-,
“왕! 와왕!”
굽슬굽슬한 털뭉치가 뛰어 들어왔다. 난리치는 오디스의 비명과 함께.
워프레임이 아기 쿠브로를 안아들었다. 이마 털에 미미히 드러난 로터스의 문양과, 헥헥 거리는 쪼그만 혀. 워프레임과 아이를 바라보며 열심히 흔드는 짤막한 꼬리와 토실한 엉덩이. 아이는 내심 당황했다. 설마 인큐베이터를 확인하지 않은 새에 뛰쳐나올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워프레임이 다가온다. 아기 쿠브로를 안고. 아기 쿠브로를 보았을 때 쿵쿵 뛰던 심장이 이젠 폭발할 기세로 뛰어댔다. 오디스가 뭐라 하는 건 이젠 잘 들리지도 않았다. 워프레임으로부터 아기 쿠브로를 안아든다. 아기 쿠브로는 연신 아이의 손 냄새를 맡기에 바빴다. 짧고 똥똥하게 솟은 말랑한 귀와, 통통한 볼 살을 어루 만져본다. 따뜻했다. 알에서부터 느껴오던 감촉과 온기와는 더할 나위 없이 더 크게. 오디스의 재잘대던 말이 뚝 끊기듯 멈춘다. 가느다란 기계 팔이 천장으로부터 삐죽 나오더니 아기 쿠브로의 목이라 생각되는 곳에 빨간 리본을 매달아준다.
[뭐어, 오퍼레이터, 소란이 있었지만, 크리스- 직-마스 선물은 얘로 하시면 되겠네요.]
말이 부루퉁하다. 오디스는 제 작업이 방해받은 것에 불만이라도 가진 듯 했다. 비식비식 새어나오는 웃음을 어찌하지 못하고 미소를 띄웠다. 오디스, 네가 틀어준 노래, 정말 경쾌한 것 같아. 곧바로 오디스가 제 자랑을 늘어놓으며 마저 리셋을 꾸미기 시작했다. 웃으며 아기 쿠브로의 털을 쓰다듬는다. 이름, 이름을 정해줘야지. 고민해본다. 크게 와 닿는 것이 없어 난감해 하던 찰나, 꿈속에서 들렸던 말이 기억난다. 아이는 제게 작명센스가 정말 없다고 생각하며 벌러덩 드러누워 제 배를 보이는 아기 쿠브로를 쓰다듬었다.
“메리. 메리로 하자. 크리스마스에 만났으니, 메리.”
[오퍼레이터, 정말 센스가 없- 지직 멋진 이름이네요.]
오디스의 멋없이 끼어들어온 말소리가 영 틀린 말은 아니어서, 아이는 어색하게 웃었다. 손가락 사이로 간질이는 털의 감촉이 기쁘게만 느껴진다. 그림자의 서늘함도, 울렁이는 에너지의 흐름도 천천히 가라앉는다. 별빛이 내리쬔다. 지구의 햇빛만큼 강렬하지는 않아도, 리셋 안을 사르라니 녹아들었다. 그 가운데에, 작은 선물들이 캐럴을 따라 일렁이는 빛덩이들에 쌓여 은은했다.
-by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