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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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가 어디일까.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돌아본다. 헌하우가...잠들어있던 곳. 천왕성의 가장 깊숙한 심연 속에 있는 거대한 동굴이다. 눈앞에는 워가 박살난 채로 모래에 박혀있었다. 텐노가 나를 구원했나.
헌하우의 정신이 담긴 검-워(war)는 텐노, 정확히는 워프레임 속에 든 텐노에 의해 파괴되었다. ....덕분에 난 그의 속박에서 풀려났고, 간신히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설마 그런 아이일 줄이야. 텐노의 진짜 정체는, 그저 작고 약한 아이였을 뿐. 그 이상,그 이하도 아니었다.
자리만의 고아들.... 그들이, 7인 회의가 우리에게 숨긴 것이 이것이였을 줄이야.
문득 날짜가 며칠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크리스마스 이브.
“빨리 문을 열어라!”
레이저 절단기로 문을 여는 부하들을 독촉한다. 저 신소재 합금 문 안에 사라진 아이들이 있다. 그들 외에 살아남은 사람들, 즉 성인들은 한 명도 없었다. 이를 악문다. 자리만... 이 세대선엔, 솔라레일을 사용하지 않는 특수한 항법장치가 장착되었고, 결국 이 함선은...보이드라고 부르는 공간 안으로 사라졌었다. 저들이라도 빨리 구해내야 한다.
“다들 안에서 조금만 기다려! 구해줄께!”
옆에서 같이 온 여조사관-칼린이 안의 아이들에게 외친다.
안에서는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무서운 것일까, 아니면 안에 무언가 위기가 닥친 것일까. 둘 중 어느 것이든 빨리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은 확실했다.
“망할 놈들... 이런 상황에서 문을 열지 말라면 어쩌자는 건가!”
규칙 따위가 사람 목숨보다 중요하다는 소리인가. 칼린이 나 같은 오로킨이 아닌 인간이라고 해도, 그녀의 심정은 이해 가능했다.
“잠금장치를 풀었습니다!!”
드디어 그 단단한 문에 틈이 생기려는 찰나였다.
잠깐, 위험하다. 후끈한 열기가 문 밖으로 새나오고 있었다. 이게 무슨...
“위험ㅎ-!”
미처 말할 새도 없이, 칼린을 잡아 옆의 구석진 복도로 던지고, 그녀의 몸을 감싼다.
우리 둘의 위로 화염이 덮치고, 부하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달. 오로킨 제국의 과학시설.
“.....” 암반을 굴착해 건설된 시설의 지하, 그 중에서도 방호가 가장 잘 되어있는 무기 테스트실이 임시적으로 사람이 생활 가능하게 개조되었다. 강력한 플라즈마 보호막으로 감싸진 창문 너머에서, 착잡한 표정으로 우리가 구해온 아이들을 지켜본다.
부대의 생존자는 나와 칼린, 단 2명. 그나마 나는 이들의 신원을 확인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칼린은 인간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의 면회마저 금지 당했다.
수 시간 간격으로, 아이들의 능력이 불규칙하게 발현된다. 화염을 쏜다든가, 닿는 모든 것을 얼린다든가, 주변 사물을 제멋대로 움직인다든가. 그러면서도 서로간이나 자신에게는 피해가 없다. 오로킨 종족도 약간의 초능력은 사용 가능하지만, 저 정도의 강력한 능력은 본 적이 없었다.
“저런 일이...”
내 옆에 선 인간 과학자가 말한다. 목소리에는 경악, 그리고 묘한 동정과 슬픔이 담겨 있었다. 꽤 미모가 출중한 20대의 젊은 여인. 명찰에는 마굴러스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